목회칼럼
황무지가 장미꽃같이 2022.04.03 | 좋은비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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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무지가 장미꽃같이
4월이면 생각나는 엘리엇(T. S. Eliot)의 장편 서사시, “황무지(The Waste Land)”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이 자라나고
욕망과 기억이 뒤섞이고, 봄비는 잠든 뿌리를 휘저어 놓네.……(하략)
세계 1차 대전 후의 정신적 공황상태, 삶의 의미와 가치 상실, 퇴폐적이고 문란한 문화의 범람, 집단 무기력증에 빠진 세태를 풍자한 시라고 합니다. ‘그럼, 오늘 나에게 4월은…?’ 이란 질문의 두레박을 생각의 우물에 던져보니, 만약 4월에 부활 주일이 없다면 2022년의 4월도 그 때(엘리엇이시를 지을 당시)와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무지와 같은 이 세상 한가운데 세워진 우리 교회와 성도들이 감당해야 할 사명이 있다면, 이곳에 소망이라는 이름의 나무를 심고 생명의 물을 대고 진리의 빛을 비춤으로, 사람이 살만한 아름다운 세상으로 만들어 가는 일일 것입니다.
2022년 4월, 우리 교회는 [새가족 환영회]로 시작합니다. 라하브라 지역으로 교회를 이전한 이후, 하나님께서 지난 5개월 동안 스물 여섯 명의 소중한 영혼을 보내주셨습니다. 한 영혼 한 영혼이 얼마나 귀한지요. 어느 새벽, 기도 중에 한 분한 분의 이름을 부르다가 가슴이 벅차올라 눈물이 터져 나온 적이 있습니다.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이며, 하나님께서 행하신 일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해마다 맞이하는 4월이 언제나 성도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바로 [고난주간과 부활주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비전교회 설립 이후, 처음으로 교회 본당에서 고난주간 특별저녁기도회(주제: “십자가에서 흘리신 그 사랑”)를 가집니다.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다 기록할 수 없는 성부의 놀라운 은혜와 저 하늘 높이 쌓아도 채울 수 없는 성자의 십자가 사랑을 깊이 묵상하며, 주님과의 첫 사랑을 회복하는 은혜의 자리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고난주간을 보낸 후 맞이하는 부활절의 아침은 더욱 찬란한 의미로 다가올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교회는 4월말까지 [우크라이나를위한 “1불의 기적 헌금”]을 모읍니다. 강도 만난 이웃과 같은, 국가적 위기에 처한 우크라이나 땅과 그 백성을 위해 기도하며, 기도와 더불어 우리가 가진 작은 것들이나마 사랑을 모아 그들을 돕고자 합니다. 이미 사람이 살 수 없는 황무지가 되어버린 그 땅에 우리 교회와 성도들이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어 생명의 물을대고 생명의 바람을 불어넣는 도구로 쓰임받기를 바라며, 찬송가 242장 1절을 힘차게 불러 봅니다.
“황무지가 장미꽃 같이 피는 것을 볼 때에, 구속함의 노래 부르며 거룩한 길 다니리.
거기 거룩한 그 길에 검은 구름 없으니, 낮과 같이 맑고 밝은 거룩한 길 다니리.”
우리 모두의 삶 속에서 십자가와 부활의 진가(眞價)를 경험하는 ‘은혜의 4월’이 되기를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