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목사와 아빠 2020.12.13 | 좋은비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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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와 아빠
하루의 일과 중 제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시간은 아직 이른 아침, 따뜻한 커피 한잔과함께 시작하는 성경묵상과 독서의 시간입니다. 세상이 아직 어둠에 묻힌 고요한 시간, 찬물로 세수를 하고 뜨거운 커피 한 잔을 들고서 책상 앞에 앉으면, 하루 중 가장 맑은 정신으로주님의 말씀을 묵상할 수 있고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요즘 성경묵상 후에 읽고 있는 책은 [젊은 목사에게 보내는편지; Letters to a Young Pastor]입니다. 아버지 목사인 유진 피터슨(Eugene H. Peterson)이 아들목사인 에릭 피터슨(Eric E. Peterson)에게 보낸 37편의편지글을 모아 묶어낸 일종의 목회서신입니다. 유진 피터슨은 성경을 오늘의 일상 언어로 번역한 [메세지 성경]을 비롯하여 [일상, 부활을 살다], [한 길 가는 순례자], [주와 함께달려가리라], [다윗: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 등 과 같은 주옥같은 글을 쓰신 목사이자, 신학교 교수입니다. [젊은 목사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을 출간하게 된 이유에 대해 아들 에릭 피터슨이 설명하기를,주님으로부터 소명을 받아 목회의 길을 걸으면서 많은 딜레마들과 무수한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고민하며답답해 하던 어느날, 그는 이 미로를 헤쳐 나가도록 자신을 이끌어 줄 거라 믿은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는데,바로 자신의 아버지였습니다. 그리고는 “아빠, 목회에 관한 소명을 성찰하는 편지를 써주시겠어요?”
그렇게 해서 아버지와 아들 간에 서신 교환이 시작되었고, 아버지가 하늘나라에가신 이후(2018년),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내준 편지글을 정리한 것이[젊은 목사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으로 나온 것입니다.
매일 아침, 편지글 하나씩 천천히 읽고 묵상하면서, 새로운 경외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목사는 성도들을 “이끄는자(leader)”이기 전에 예수님을 “따르는 자(follower)”라는 사실, 자신을 개혁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개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깨닫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저에게 감동이 된 것은 젊은 목사 에릭이 목회를 하면서 미로 속에서 헤매일 때, 자신을 이끌어 줄거라 믿은 유일한 사람이 다른 이가 아닌 자신의 아버지였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아버지가 목회자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그보다는 아버지에대한 존경심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입니다. 문득 ‘나의 아들과 딸은아빠인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아빠의 삶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생각해 보니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목사와 아빠”로 살아간다는 것, 결단코 쉽진 않지만, 분명한 건 저는 그 이름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동시에 그 이름에 부여된 무게감 때문에 저는 삶의 옷깃을 더 여미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