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2020.11.29 | 좋은비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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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참으로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하러 떠나는 길, 차 안에서 저는추수감사절 선물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으로부터… 요즘은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생의의미를 재조명하게 만드는 짧은 한 줄의 문장이나 시 한 편을 만나면, 한 해의 끝자락을 살아가는 저에게 뜻깊은선물이 됩니다. 아직 세상이 어둑한 이른 아침, 성경을 묵상하고 두손 모아 눈을 감고 기도한 후, 호주 시인 에린 핸슨(Erin Hanson)의 “아닌 것(Not)”이라는 시를 읽고 또 읽고, 보고 또 봅니다.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이 입는 옷의 크기도, 몸무게나 머리 색깔도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이름도, 두 뺨의 보조개도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고,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
당신은 아침의 잠긴 목소리이고, 당신이 미처 감추지 못한 미소이다.
당신은 웃음 속의 사랑스러움이고, 당신이 흘린 모든 눈물이다.
당신이 철저히 혼자라는 걸 알 때, 당신이 목청껏 부르는 노래, 당신이 여행한 장소들,
당신이 안식처라고 부르는 곳이 당신이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들이고, 당신이 사랑하는사람들이며,
당신 방에 걸린 사진들이고, 당신이 꿈꾸는 미래이다.
당신은 많은 아름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당신이 잊은 것 같다.
당신 아닌 그 모든 것들로 자신을 정의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에는 …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가 있습니다. [너는 누구니?] [너는 왜 존재하니?] [목사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존재론적 질문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생각의 늪에 빠져들곤 합니다. 나의나이와 외모,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가지고 있는 것, 그리고 타인의평가와 인정에 의해 내 자신을 정의하는 것은 에린 핸슨(Erin Hanson)의 시처럼 정확하지 않고 옳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극히 작은 일부만을 보고 내린 정의이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나 자신은 내가 읽은 책,내가 하는 말, 내가 하는 생각, 내가 흘린눈물, 홀로 있을 때 부른 나의 찬송과 드린 나의 기도, 그리고 주님과의만남입니다.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무시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삶과 대화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2020년의 추수감사절은 조용히 내게 말을 걸어온 삶과 대화하는 진솔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