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물고기처럼, 꽃처럼, 새들처럼 2025.03.23 | 좋은비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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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일 오후, 친구 목사님의 담임목사 취임예배에 참석했습니다. 그날 전임 목사님의 원로목사 추대식도 함께 있었는데, 이민교회에서 20년의 담임목회를 완주하고, 후임목사에게 담임의 자리를 내어주고 미소를 지으며 물러나시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순간, 올림픽 성화 봉송의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다 뛰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 자기가 맡은 구간을 달리다가 어느 지점에 이르면 다음 구간에서 준비하고 있던 다른 주자가 횃불을 이어받아 또 정해진 구간을 달리는 릴레이 방식입니다. 그렇게 계속 이어지면 성화는 마침내 올림픽 주경기장에 도착합니다. 성화 봉송의 장면과 오버랩되면서, “내가 뛰어야 할 구간”, “어떤 일이 있어도, 무슨 일을 만나도 내가 뛰어내야만 하는 그 한 구간”에 대하여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의 마음에 새겨놓은 한 편의 시가 있는데, 축사 순서를 맡은 목사님이 인용하신 도종환 시인의 ‘다시 떠나는 날’이라는 시입니다.
깊은 물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는 물고기처럼
험한 기슭에 꽃 피우길 무서워하지 않는 꽃처럼
길 떠나면 산맥 앞에서도 날개짓 멈추지 않는 새들처럼
그대 절망케 한 것들을 두려워하지만은 않기로
꼼짝 않는 저 절벽에 강한 웃음 하나 던져 두기로
산맥 앞에서도, 바람 앞에서도 끝내 멈추지 않기로
예수님께서 “공중에 나는 새”와 “들에 핀 백합화”를 통해 깨달음을 주셨던 것처럼, 우리는 “물고기와 꽃, 새들”을 통해서도 배울 수 있습니다.
물고기는 깊은 물을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고, 꽃들은 험한 기슭에 꽃 피우길 무서워하지 않으며, 새들은 큰 산맥 앞에서 날개짓을 멈추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낯선 인생의 길을 날마다 걸어가는 우리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깊은 물, 험한 기슭, 큰 산맥”이 있습니다. 하지만 길을 떠난 자들이 반드시 통과해야만 여정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여정에서만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인생 레슨을 그 곳에 숨겨 두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거기를 빨리 지나가고, 어서 끝나기만을 바라고 기도할 것이 아니라, “깊은 물, 험한 기슭, 큰 산맥”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하나님의 지혜와 교훈을 나의 것으로 만들며 통과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던 두 문장이자, 이민목회 20년을 완주하신 원로 목사님의 마지막 고백은 이것입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성도님들이 저를 지켜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