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느리고 긴 시선, 그리고 숨고르기 2025.06.22 | 좋은비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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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답게 살고 있는가?’
‘나는 나로서 살아가고 있는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대로 살아도 되는 것인가?’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목회해도 되는 것인가?’
어느 날, 이 질문들 앞에서 선뜻 대답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신학대학원 2학년 시절, 서울 외곽지역의 한 상가 건물에서 50여명의 성도가 모여 예배드리는 교회의 중고등부 전도사로 사역을 시작한 지 올해로 27년 6개월, 그리고 미국에서 담임목회를 한 지 어느 덧 10년 8개월, 턱에 숨이 차도록 여기까지 달려왔습니다. 빽빽한 스케줄과 분주한 일들이 한 사람의 중요성을 증명하는 이 시대에 ‘바쁜 목사’라 불리는건 마치 이민교회 목회자의 신분증처럼 되어 버렸고, 저역시 그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책 속에서 발견한 한 문장이 나를 거울 앞에 서게 했고, 나의 현재 얼굴을 보게 했습니다.
“내 안에 고요가 없는 사람은 타인에게 평온을 줄 수 없고, 침묵을 거치지 않은 말에는 울림이 없다”
지금 나의 모습에 평온과 울림이 없고, 나의 설교와 기도에 깊은 성찰이 부족한 것은 오랜 묵상과 사색의 과정이 없기 때문임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지금 잠시 멈추지 하지 않으면, 아예 모든 것을 다 놓아버릴 것 같은 위기감과 불안함이 있었습니다.
저에게 절실한 것은 ‘느리고 긴 시선, 그리고 숨고르기’입니다.
6주간의 안식월(6/23 – 8/2)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건강 검진, 여행, 독서와 글쓰기, 홀로 있기와 함께 있기, 그리고 깊은 말씀 묵상과 기도를 통해 하나님 앞에 잠잠히 머무르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너희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지어다”(시46:10)
(Be still, and know that I am God)
멈출 때, 하나님의 하나님 되심을 알 수 있습니다.
멈출 때, 하나님의 일하심을 볼 수 있습니다.
멈출 때,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좋은비전 성도 여러분, 교회와 성도님들을 생각하면 죄송하고, 인간적인 걱정들이 머릿속에서 널뛰기하기도 하지만, 우리 교회의 참주인이자 우리 성도들의 참목자이신 예수님께 맡겨드립니다. 잠시 몸은 떠나 있지만, 제 마음은 언제나 교회와 성도님들을 향해 있을 것입니다.
보다 성숙하고 평온해진 모습, 회복되고 충만해진 모습으로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