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칼럼
나의 등을 본다

나의 등을 본다

July 12, 2020

[나의 등을 본다 ]

어느 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다가 발견한 서안나 시인의 [등]이라는 시입니다.

등이 가려울 때가 있다.

시원하게 긁고 싶지만 손이 닿지 않는 곳.

그곳은 내 몸에서 가장 반대편에 있는 곳.

신은 / 내 몸에 내가 결코 닿을 수 없는 곳을 만드셨다.

삶은 종종 그런 것이다. / 지척에 두고서도 닿지 못한다.

나의 처음과 끝을 한 눈으로 보지 못한다.

앞모습만 볼 수 있는 두 개의 어두운 눈으로/ 나의 세상은 재단되었다.

손바닥 하나로는 다 쓸어주지 못하는 / 우주처럼 넓은 내 몸 뒤편엔

입도 없고 팔과 다리도 없는 / 눈먼 내가 살고 있다.

나의 배후에는 / 나의 정면과 한 번도 마주보지 못하는 / 내가 살고 있다.

. 사람의 등은 스스로 볼 수 없고 자기손으로는 닿을 수 없는 ‘불가침의 영역’입니다. 하나님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손과눈이 닿지 않는 일종의 거룩한 영역을 허락하심으로써, 자신의 뒤를 주의하고 지나온 삶을 반추하며 살도록 하셨습니다.언제나 눈앞의 고지(高地)만을 향해 그저 질주하기바쁜 인생들에게 이 있다는 사실, 또는 자신은 문제의 답을 다 알고 있고 자신의 생각이 반드시옳다는 착각에 빠져 사는 오만한 인간에게 자신의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이 닿을 수 없는 등이 있다는 사실은 경종(警鐘)을 울리는 일입니다.

거울 앞에서 허한 나의 등을 한참 물끄러미 바라보다그만 눈물이 났습니다. 갑자기 어린 시절  서럽게 울던 나를 가슴에 안고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 주시던 어머니, 어머니의 손길이 생각났습니다. 지금은 나의 등을 어루만져 주실 어머니가 이 세상에 안계시지만,이젠 시린 나의 등을 토닥거려 주시는 예수님이 계셔서 괜찮습니다.

앞으로는 자주 나의 등을 보려고 합니다. 나의 등 뒤에서 나를 도우시는 주님과 마주칠 수 있을테니까요.  

최준우 목사는 현재 남가주에 위치한 좋은 비전교회 목회를 담임하고 있다. 오직 하나님만을 예배하는 예배 공동체, 예수님의 제자로 양육하는 제자훈련 공동체, 다음 세대를 성경적 리더로 준비하는 차세대 공동체, 코이노니아의 기쁨이 넘치는 사랑공동체, 복음으로 세상과 이웃을 섬기는 선교 공동체를 꿈꾸며 오늘도 그러한 교회를 세우는데 헌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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