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칼럼
“한 줄과 두 줄 사이에서”

“한 줄과 두 줄 사이에서”

August 4, 2024

여름 휴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혹시나하는 마음에 시도했던 첫 코비드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 후, 자가 격리를 하는 10일 내내 온통 나의 신경은 코비드 테스트 결과에쏠려 있었습니다.

‘한 줄이냐, 두줄이냐.’

 

2-3일 지나면 코로나 바이러스를 이기고 당연히 교회에 나가리라는확신에 찬 생각과 달리 테스트를 할 때마다 선명하게 나타나는 ‘두 줄’, 양성 반응에 저의 가슴은 점점 타들어갔습니다.

코비드 테스트를 하는 모든 과정은 구약의 제사장들이 제사를 집례하듯 매우 진지했습니다. 두 손을 깨끗이 씻고 간절함으로 기도한 후, 코 안으로 깊숙이 넣어서점액을 채취한 솜방망이(swab)를 특별한 액체가 담긴 튜브에 넣어 잘 섞고, 검사기(test cassette)에 세 방울을 떨어뜨리고는 잠잠히기다립니다. 설명서에는 15분을 기다리라고 적혀 있는데, 그 옛날 대입학력고사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듯 초조한 심정으로 검사기를 뚫어지게 보고 있는 나의 눈 앞에 두줄이 선명히 드러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30초...

핫핑크색의 ‘두 줄’을볼 때마다 몸에서 힘이 쑥 빠지는 느낌이 들고 절로 한숨이 쉬어졌습니다. 해발 3,660미터의 록키 산을 보무당당하게 하이킹했던 자신감은 온데간데 없어지고,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평정심과 일상을 잃어버린 제 자신이 한없이 나약하게 여겨졌습니다.

 

인류의 첫 인간인 아담은 히브리어 ‘흙’을 뜻하는 ‘아다마’에서유래한 이름입니다. 어느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흙에 불안을더하면 인간이 되고, 인간에서 불안을 빼면 흙이 된다고 했는데, 늘불안을 느끼고 방황하는 것은 흙으로 지음을 받은 우리 인간의 운명이자 본질입니다. 육신의 한계와 연약함, 불안함을 인정할 때, 우리는 하나님 없이는 존재할 수 없음을 절실히깨닫게 됩니다.

 

자가격리 10일째 되는 수요일 아침,거짓말처럼 나의 시야에 들어온 선명한 ‘한 줄!’, 마침내음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나도 모르게 두 팔을 쳐들었고, 입에선“할렐루야! 주님, 감사합니다”라는 외침이, 가슴은 울컥했습니다.‘한 줄’을 보는 순간, 몸의 세포들이 되살아나춤을 추는 것만 같았습니다.

 

지난 열흘 간의 자가격리 경험을 통해 우리 인생도 ‘한 줄과 두 줄사이에서’ 살아가는 존재임을 깨달았습니다. 옛날 솔로몬은“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 하나님이이 두 가지를 병행하게 하사…”(전7:14, 개역한글)라고 했는데, 한줄(“형통한 날”)을 만나든지 두 줄(“곤고한 날”)을 만나든지 하나님이 보시기에 우리에게 꼭 필요하기에허락하신 일임을 인정하고, 범사에 감사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주님의 시간에 성도님들을 다시 보게 되어 참으로 기쁘고 감사합니다.  

최준우 목사는 현재 남가주에 위치한 좋은 비전교회 목회를 담임하고 있다. 오직 하나님만을 예배하는 예배 공동체, 예수님의 제자로 양육하는 제자훈련 공동체, 다음 세대를 성경적 리더로 준비하는 차세대 공동체, 코이노니아의 기쁨이 넘치는 사랑공동체, 복음으로 세상과 이웃을 섬기는 선교 공동체를 꿈꾸며 오늘도 그러한 교회를 세우는데 헌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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