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칼럼
"장례식장에서 만난 시"

"장례식장에서 만난 시"

August 25, 2024

김환주 권사님의 모친이신 고 박정자 권사님의 천국환송예배에 참석했다가

예배 순서지 안에서 발견한 한 편의 시,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나태주

시인)라는 시가 제 마음에 꽂혔습니다.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 나 태 주 -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

사랑한다는 말, 차마 건네지 못하고 삽니다.

사랑한다는 그 말 끝까지

감당할 수 없기 때문.

모진 마음 내게 있어도

모진 말, 차마 하지 못하고 삽니다.

나도 모진 말 남들한테 들으면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기 때문.

외롭고 슬픈 마음 내게 있어도

외롭고 슬프다는 말, 차마 하지 못하고 삽니다.

외롭고 슬픈 말 남들한테 들으면

나도 덩달아 외롭고 슬퍼지기 때문.

사랑하는 마음을 아끼며 삽니다.

모진 마음을 달래며 삽니다.

될수록 외롭고 슬픈 마음을 숨기며 삽니다.

86년의 파란만장한 인생 여정을 마치신 어머니를 이제 천국으로 떠나 보내는

날, 장녀로 오랜 세월 어머니를 가까이서 극진히 모신 김환주 권사님이 눈물을

삼키시며 낭송한 이 시가 지금까지도 제 마음 속에 울리고 있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니 해 주고 싶은 말, 옳고 그름을 가리고 싶은 일이 있어도 나의

속마음을 꺼내놓지 못하고,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알고도 모르는

척해야만 순간들이 참 많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을 아시는 하나님이 내 곁에 계시기에 오늘도 그 마음을 달래며,

숨기며, 말을 아끼며 살아갑니다. 주님은 아시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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