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칼럼
온전한 신뢰, 맡김

온전한 신뢰, 맡김

August 11, 2024

록키 마운틴 로드 트립(Road trip)을 하면서 온몸으로 습득한 단어는 ‘맡김’입니다.

여행 출발 전에 밴(Van)을 렌트할 때, 아들(24살)과 딸(21살)도 운전할수 있는 옵션을 선택했습니다. 집에서 콜로라도 주까지 최소 16시간을운전해야 하는데, 나 혼자만 하기에 무리라는 판단을 했고, 또아이들이 자기들도 운전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과연 내가 자동차 운전대를아들과 딸에 맡길 수 있을까?  

집을 출발하여 콜로라도 주까지달리는 16시간 동안, 운전대를 맡길까? 말까? 사이에서  수도 없이 고민했습니다. 질주하는 대형 트레일러, 곡예하듯 수시로 차선변경하는 차들, 졸음 운전, 급경사 등등… 아빠의 관점에서 도저히 운전대를 맡길 수 없는 이유들을대면서 ‘그래,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때 맡기자!’고 결심합니다.

그러나, 막상 목적지인 록키 마운틴에서의 운전은 생각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정상까지올라가는 길은 낭떠러지 옆으로 굽이굽이 도는 일차선이었고, 짙은 운무와 산안개로 시야는 급격히 좁아졌으며, 또 달리는 차 앞에 갑자기 떨어지는 번개와 천둥 소리, 우박 등정신을 차릴 수 없는 악천후는 때때로 운전 경력 34년에 미대륙 횡단의 경험이 있는 저의 간담도 서늘하게만들었습니다.

‘안 돼! 절대 안 돼! 맡길 수 없어!’ 혼자 생각에 고개를흔들었습니다.

 

여행 나흘째 되던 날, 나름 위대한(?) 결단을 하고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한 번 맡겨 보자!’라며 아들에게 자동차 키를 넘기고 옆자리에 앉았는데, 차가출발하자마자 자동반사적으로 잔소리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속도 줄여라, 안쪽 차선으로 붙어라, 바깥 차선으로 달려라, 앞차와의 거리 유지해라, 브레이크 자주 밟지 마라, 한 눈 팔지 말고 정신 바짝 차려!”

아빠의 잔소리를 묵묵히 듣던아들의 입에서 탄식처럼 나온 말…

“아빠, 제발… 제게 좀 맡기세요!”

가족 모두의 정신건강을 위해‘더이상 잔소리를 하지 말자!’ 다짐하고는 아예 운전석 뒷자리에가서 앉았지만, 잔소리는 불쑥불쑥 여전히 튀어나왔습니다. 그러다스르르 잠이 들었고, 얼마가 지났을까 화들짝 놀라 눈을 떴는데, 내가잠을 잔 사이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아들은 운전을 잘 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운전대를 잡아야만 차가안전할 줄 알았는데, 내가 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사실에 자못 놀랐습니다.

그 이후로 코로나로 인한 심한 근육통 때문에 운전을 오래 할 수 없어 자연스레아들과 딸에게 운전대를 맡겨야만 했습니다. 아빠의 마음에서 불안과 염려가 완전히 가시진 않았지만, 예정된 여행 일정을 다 마치고 우리 가족은 안전히 귀가했습니다.

‘맡긴다’는 것이 이렇게나 힘들다는 사실을 새롭게 다시 체험했습니다. ‘맡김’이 힘든 이유는 ‘온전한신뢰’가 반드시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신뢰하는 만큼 맡김의종류와 분량도 달라질 것입니다. 맡기면 평안하지만 맡기지 못하면 항상 불안합니다. 하나님께 맡기는 만큼 평강을 누릴 수 있지만, 내가 붙들고 있는한 언제나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이란 하루하루최선을 다하되, 하나님께 온전히 맡기는 법을 배우는 과정입니다. 주를향한 온전한 신뢰를 바탕으로 맡김의 영성을 체득하기를 소원합니다.

“네 짐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가너를 붙드시고,

의인의 요동함을 영원히 허락하지 아니하시리로다.” (시 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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